이 회사는 조립 PC 제조업체에서 출발, 불과 1~2년만에 우뚝 일어섰지만 불과 10년만에 확 주저앉았다.
원인은 무리한 마케팅과 방만 경영.
H기업은 대학가에서 '판매 2년 뒤 반값에 되사주기', '인터넷 약정 PC 할부 판매' 등 당시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확 끌어모았다. 또 전국 유통망을 확보, 삼성, LG, IBM 등 공룡기업들에 맞서 중견기업의 성공신화를 써나갔다.
하지만 고비용 구조 속에서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이 지속되면서 대리점 사업권 남발로 전국에 대리점수가 700여 개까지 폭증했다. 결국 대리점끼리 경쟁하며 수익을 갉아 먹었고 국내 컴퓨터 시장의 유통구조가 변화의 바람을 맞으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결국 24억원의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기업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첨단 IT기기들이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씀씀이는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 규제 등 기업 환경을 옥죄는 이슈들마저 늘고 있어 기업들이 감당해야하는 비용 지출은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갖가지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이익이 쪼그라들고 있고 있는 상황.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기업활동조사 잠정결과' 자료를 보면 국내 기업 1만2010곳의 매출액 1000원당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은 47.2원.
이는 1000원 팔아 47.2원 남긴다는 뜻. 매출액 1000원당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은 3년 내리 감소세다. 2010년 62원, 2011년 52원, 2012년 47.2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비용절감은 '숨은 진주'다. 비용절감으로 47.2원만 줄이면 매출이 1000원 증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기업 비용절감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기업들은 머리를 싸매고 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연매출 8000억원 규모의 해외 자원개발 기업 T사의 경우가 대표적.
이 회사는 2008년부터 글로벌 경기불황의 여파로 비용절감 활동을 시작해왔다. T사는 회사 내 비용절감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며 열성적으로 비용절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초반 1~2년정도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을 뿐, 성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직원들을 윽박질러서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 효과는 금방 한계에 부딪힌다. 돈이 새는 곳이 어디 있는지 명확하게 짚지 않으면 비용절감은 피로를 호소하는 직원들의 반발 속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만다.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비용절감은 매우 단순한 데서 출발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복사기 임대 비용, 통신비 등 설비 비용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매출 2600억원 규모의 한 대기업 계열사는 복합기 9대를 임대 사용하면서 연간 2000만원을 지출해왔다. 하지만 부서마다 복합기를 임대업체들과 제각각 계약하도록 허용하면서 비용 누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회사는 일괄 구매계약으로 복합기 임대 계약 방식을 변경했고, 비용의 28.3%인 567만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밖에도 미화·경비 비용부터 단순히 정수기까지 비용이 새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전문가들은 비용에 대한 생각부터 바꾸는 데서부터 출발하길 권한다.
맥킨지(Mckinsey), 모니터(Monitor) 등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 재무 관리 컨설턴트로 일했던 톰 코플랜드(Tom Copeland)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 통신회사가 통신 케이블을 2m 깊이로 묻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담당자들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그 정도 깊이에 묻어야 핵폭발이 났을 때도 안전하다"는 것.
코플랜드는 케이블 매장 깊이를 1m로 조정할 것을 권유했고, 결과적으로 매년 80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업 관행을 뒤짚어서 생각하다보면 비용절감이 필요한 분야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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